홍콩의 대표 주류 브랜드, 매그놀리아랩 & N.I.P 창업자들과의 대화
홍콩의 맛을 술로 빚는 사람들.
매그놀리아랩의 공동 대표, 데니스 막
GQ 매그놀리아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DM 매그 놀리아랩 Magnolia Lab은 한의사인 파트너와 바 텐더 출신인 제가 함께 시작한, 전통 한방 약술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예요. 중국 약주는 홍콩에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문화예요. 역사이자 전통이고 우리 고유의 정체성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점점 잊혀 가는 홍콩 고유의 정체성과 전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리고 보존하는 걸 넘어 세계 곳곳에 알리고 싶었어요. 동시대에 맞게,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도 공유할 수 있도록요.
GQ 은행원 출신의 바텐더가 만드는 술이라, 이력만으로도 흥미로워요.
DM 2018년에 은행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바텐더가 되었어요. 대학 때부터 술을 좋아했거든요. 바텐더 일을 하다 보니 진이나 보드카에 중국 약초를 인퓨징하거나, 칵테일에 한약재를 쓰는 일이 꽤 흔하더라고요. 서양에서 감기 걸리면 마시는 핫토디 안에 들어가는 꿀, 생강, 레몬 전부 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약이에요. 바에 놓인 술들, 가령 예거마이스터나 아니스 같은 허브 리큐르들도 원래는 약이었어요. 예로부터 홍콩에는 집집마다 자신들만의 약 술을 담그는 전통이 있었고, 저희 집에도 27년 된 약술 항아리가 있어요. 때때로 생쥐나 뱀을 넣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한약재를 쓰죠. 저와 제 파트너는 농담처럼 결심했어요. “우리 그냥 셰이킹해서 새로운 술을 만들자. 중국 약술 전통으로.”
GQ 한약사 출신의 파트너와 바텐더가 만나니 어떤 시너지가 나던가요?
DM 무척 흥미로운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바텐더로서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하고 혁신적인, 늘 미래를 보는 업계에 있지만 제 성향은 클래식한 걸 더 좋아해요. 빈티지를 좋아하고, 오래된 물건, 역사적인 스토리에 끌리죠.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거예요. 위스키든, 소주든, 한 병 한 병에 다 스토리가 담겨 있으니까요. 크리에이티브 한 업계에 있으면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저와 달리 파트너는 전통적인 업계에 있으면서 미래를 내다봐요. 둘의 상반된 시선이 아이러니하게 우리를 같은 언어로 소통하게 만들었죠. 보통 한의사와 바텐더가 함께 대화를 나눌 일은 없잖아요. 한의사 대부분은 술을 즐기지 않고, 향이나 맛에 민감하지도 않으니까요. 계속 새로운 걸 만들고 싶어 하는 바텐더는 반대로 전통 같은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죠. 그런데 저희는 그 경계를 넘은 거예요.
GQ 첫 술이 탄생한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DM 처음에 저희는 매주 만나 1년 반 정도 술을 인퓨징했어요. 그때는 이것이 브랜드가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맛이 좋을 거라는 기대도 전혀 없었고, ‘당연히 맛은 없겠지만 너무 맛없지만 않기를···’ 하는 마음이었어 요. 그땐 마케팅으로 어떻게든 살려야겠다고만 생각 했죠. 처음엔 소화에 좋은 술, 불면증에 좋은 술, 남성과 여성 기능을 위한 술 등 각기 다른 ‘기능성’을 주제로 인퓨징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주 놀라운 맛이 나는 보틀이 하나 나왔어요. 그게 지금 보시는 이 술의 원형이에요. 중국어로 ‘오미자’라고 하는데, ‘섞 인 맛’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주 복합적인 풍미의 허브예요. 입에 머금으면 5~10초간 맛이 계속 변하죠. 그날 이후로 저희는 기능보다 ‘맛’에 더 집중하기로 했어요.
GQ 오미자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약재예요.
DM 정말요? 오미자는 정말 흥미로운 허브예요. 저는 약초에 대해 잘 몰랐는데, 어느 날 오미자를 직접 보고 배운 다음 입에 넣어봤는데 그 안에 다섯 가지 맛이 들어 있는 거예요. 놀라웠어요. 그래서 저희 브랜드의 핵심 재료로 오미자를 쓰기로 했죠. 지금 이 보틀 안에도 오미자가 주요 원료로 들어가요. 홍콩 사람들은 한약재는 늘 쓰다고만 생각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한약재는 이렇게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어요”라고요.
GQ 최근 흥미로운 팝업을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DM 올해가 저희 브랜드 5주년이에요. 이번 5주년에는 팝업 바를 열어 저희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기로 마음먹었죠. 얼마 전에는 오래된 한약방을 그대로 재 현한 공간, 카페가 아니라 진짜 전통 약방을 옮겨 놓은 듯한 공간에서 ‘오행 칵테일 세트’를 소개했어요. 한약학 전공 학생들이 직접 오행이 건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FIRE(화)’ 칵테일은 어떤 재료와 약초로 만드는지 등을 설명해줬죠. 최근 팝업은 홍콩의 로컬 식당인 ‘차찬텡’에서, 콘셉트는 ‘허벌 티’로 진행했어요. 이 역시 홍콩을 대표하는 음료이고, 약 초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저희 리큐어와 잘 어울리죠. 풍미가 비슷해서 섞으면 훌륭한 맛이 나요. 이번 팝업 바의 핵심은 ‘홍 콩의 모든 요소와 경험’을 다시 불러 오는 거였고, 그래서 N.I.P를 비롯 세 개의 홍콩 로컬 진 브랜드와 협업했어 요. 홍콩의 핸드크래프트 브랜드, 로컬 브랜드를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 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GQ 지금 전 세계적으로 홍콩 바 신이 핫한데, ‘50 베스트’ 리스트에는 없지만 애정하는 바가 있나요?
DM 타이 항 Tai Hang이라는 조용한 동네에 자리한 동네 바 ‘토모 Tomo’. 토모에서 마시는 칵테일이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닐지 몰라도, 홍콩 특유의 바이브는 세계 최고예요. 사람들이 홍콩에 오면 화려하고 유명한 바뿐만 아니라 로컬 바의 매력도 꼭 경험해봤으면 해요.
GQ 홍콩에서 힐링할 때는 어디로 향해요?
DM 하루의 끝, 토모에서 혼자 술 을 마실 때면 위안이 돼요.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곳이거든요. 모르는 사람도 이곳에서는 서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될 수 있어요.
GQ 저는 홍콩의 화려한 도심만큼 자연을 아주 사랑한답니다.
DM 저 역시 그래요. 혹시 홍콩에서 바이크 여행 해보셨어요? 제 생각에 홍콩에서 도시를 탐험하는 최고의 방법은 오토바이를 타는 거예요. 야우마테이, 몽콕 같은 곳을 달리 면 거리의 소리를 BGM 삼아 여행할 수 있죠. 도심 깊숙이에서 오토바이를 타면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 어와요. 그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볼 수 있죠. 오토바이를 탈 때가 제게는 제대로 쉴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이에요. 홍콩은 너무 바쁜 도시라 아 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에 골몰할 시간이 거의 없어요. 항상 휴대 전화, 컴퓨터, TV가 곁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오토바이를 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그저 달리면서 계속 생각하게 되고, 달리는 동안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불쑥불쑥 떠올라요. 이것이 제가 홍콩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이에요. 도심과 센트럴을 지나 섹오 Shek O 해변, ‘드래곤스 백’이라고 불 리는 빅 웨이브가 있는 곳까지 무작정 달리는 거죠!
N.I.P를 공동 창업한 제레미 리 & 닉 로
GQ N.I.P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어봐야겠죠?
NL 홍콩에서 만든 진 브랜드이자 디스틸러리예요. 저희에게 자식 같은 존재죠. 2019년에 시작했고, 홍콩 최초의 디스틸러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 전까진 오래된 소규모 양조장 외에 제대로 된 증류소가 없었거든요. 홍콩을 대표하는 스피릿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많은 술 중에 진이었던 이유는 저희가 진을 무척 좋아하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예요. 스토리를 담기에 좋은 술이고 여러 가지 보태니컬을 넣어 증류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풀 수 있을 것 같았어요.
GQ 브랜드 이름이 흥미로워요. 왜 스스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을 표방 한 거죠?
NL ‘N.I.P(Not Important Person)’는 ‘VIP(Very Important Person)’의 반대예요. 배경이나 인맥 없어도 천천히 진심을 다해 밀고 나가면 특별한 걸 이룰 수 있다고 믿기에 지은 이름이에요. 홍콩 사람들이 특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일하지만 정작 왜 일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보여주고 싶었어요. 용기 내어 시작하면 진짜 좋아하고 의미 있는 걸 이룰 수 있다는 걸. 누구도 쉽게 자기 열정을 따르기가 어려운 세상에서 N.I.P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이런 정신이야말로 ‘홍콩 스타일’이죠. 그리고 홍콩을 대표한다고 해서 단순히 ‘랜드마크’, ‘빅토리아 파크 진’ 같은 이 름을 짓고 싶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더 홍콩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이름을 원했죠.
GQ 홍콩을 표현하는 술을 만드는 이들이 표현하는 홍콩이란 도시에 대해 듣고 싶어요.
NL 홍콩은 저희에게 정말 특별한 도시예요.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홍콩에는 동서양이 자연스럽게 뒤섞인 독특한 문화가 있죠. 템포는 빠르고 때론 카오틱하며, 다양한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게 바로 홍콩의 매력이죠. 진도 마찬가지예요. 서양의 스피릿이지만 전통적인 보태니컬 외에도 홍콩적인 요소를 많이 넣으려 했어요. 대표적으로 찻 잎, 오스만투스 같은 향료, 광둥 요리에 자주 쓰이는 ‘진피 Tangerine Peel’ 같은 재료들요. 이렇게 진의 기본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홍콩 특유의 풍미, 향의 결까지 담고 싶었어요. 가능하면 현지 농장에서 직접 구한 홍콩산 재료로 만들고요. 한마디로 ‘홍콩의 맛’ 이죠.
JL 홍콩이란 도시 자체는 아주 작아요. 최대한 홍콩에서 재료를 구하려고 노력하지만 모든 걸 현지 에서 구하긴 어려워요. 대신 못 구하는 재료들은 저희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가져오죠. 저희가 만든 첫 번째 진에는 총 21가지 보태니컬이 들어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재료가 바로 ‘배’예요. 신선한 배의 껍질을 벗기고 씨를 빼서 쓰는 배경에는 어릴 때 어머니가 목 보호를 위해 배로 끓인 수프를 자주 해주셨던 기억이 담겨 있어요. 처음에 60가지 넘는 보태니컬을 테스트하고 그중 21가지만 남긴 것인데, 그 안에도 저희 유년 시절의 추억이 가득 담겨 있죠.
NL 재료만큼 제품 외형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보틀의 라벨, 바닥 부분에 캘리그래피를 써주신 아티스트는 예전 홍콩 영화 포스터에 글씨를 많이 쓴 분이에요. 홍콩 영화를 많이 본 분이라면 그의 글씨가 익숙할 거예요. 저희는 그의 손글씨가 홍콩을 잘 대 표한다고 생각했어요. 술의 원액뿐 아니라 병마저도 ‘홍콩’ 그 자체가 되도록 공을 들였죠. 병에 있는 글자는 ‘승리’란 뜻인데, 옛날부터 술자리에서 “Yam Sing!”이라고 외친 문화를 표현한 거예요. 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거죠. 모두가 홍콩 술 문화의 일부이고, 그것을 패키징에 담아보았어요.
GQ 저는 지금 홍콩 바 신이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둘은 어떻게 느끼나요?
NL 말씀하신 대로 홍콩 바 신은 아주 다이나믹해요. 특히 유명한 바들이 한 동네에 모여 있어 커뮤니티가 밀접하고, 동시에 치열하게 경쟁하죠. 그러다 보니 새로운 바를 열면 아주 독창적인 무언가를 해야 해요. 서로 코앞에서 경쟁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신 전체의 퀄리티가 높아졌죠. 요즘 새로 생기는 바들만 봐도 바 레오네 Leone, 몬타나 Montana, 코아 COA 같은 바처럼 전부 톱 랭킹을 노리고 있고요. 지난 5년 동안 홍콩은 아시아 바 랭킹 1위를 차지했어요.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신이라고 생각해요. 스타일도 다양하고 칵테일도 굉장히 창의적이죠.
JL 인도 출신, 이탈리아 출신 바텐더 등 국적도 정말 각양각색이죠. 그래서 바 스타일도 다양하게 혼재해 있어요. 그렇지만 한 가지 의문은 남아요. 그 렇다면 ‘홍콩 스타일 바’는 무엇일까? ‘홍콩 스타일 칵테일’은? 홍콩에서 수 상한 바들 대부분 외국인 오너가 열었고, 그들 각자의 스타일을 보여주어 멋진 결과를 만들었거든요. 싱가포르의 ‘싱가포르 슬링’처럼 ‘홍콩을 대표하는 술’은 아직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그것을 진으로부터 시작해보자고 마음먹은 거예요.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상 경력 있는 바들과 협업하면서 하나씩 해보려고요. 지금은 홍콩 믹솔로지스트들을 아시아 전역에 보내어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해외 바텐더도 홍콩으로 초청해 교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어요. 그 과정 속에서 홍콩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GQ 곧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기대하는 점이 있나요?
NL 홍콩의 정체성을 담은 술을 세계 여러 도시에 소개하고 싶어요. 특히 서울은 꼭 들어가고 싶은 곳이에요. 예전엔 앨리스나 르챔버 같은 몇몇 바만 유명했지만, 지금은 제스트, 참, 파인앤코, 공간 등 다양하고 멋진 바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죠. 한국은 지금 ‘칵테일 르네상스’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소주가 메인이지만요! 저도 소주 많이 마십니다. 하하.
GQ 저는 홍콩의 야경을 볼 때면 반드시 칵테일이 마시고 싶어집니다. 두 분은 홍콩의 어떤 풍경에서 술이 당기나요?
NL 홍콩의 스카이라인, 야경을 좋아하신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바가 있어요. 구룡 쪽 리젠트 호텔 안의 쿠라 바 Qura Bar예요. 빅토리아 하버 바로 앞이라 시야를 방해하는 요소가 없고, 밤에 정말로 그림 같아요.
JL 바 호핑을 하다 보면 기분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술을 마시고 싶어지는데, 그럴 땐 소호가 딱이에요. 요즘 가장 핫한 곳이고 ‘Asia’s 50 Best Bars’ 리스트에 드는 바가 모두 모여 있죠. 가끔은 다이브 바(선술집)에서 흠뻑 취하고 싶을 때도 있고요. 홍콩 바 호핑이 좋은 건 대단한 이동이 필요 없다는 점이에요. 15~20분이면 또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죠. 이게 바로 홍콩의 매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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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아시아 최대 미식 축제 ‘홍콩 와인&다인 페스티벌’이 센트럴 하버프론트에서 열린다. 제임스 서클링을 비롯한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들이 엄선한 와인을 만날 수 있는 ‘와인 파빌리온’, 다섯 명의 셰프의 특별한 협업 코스를 만날 수 있는 ‘테이스팅 룸’이 특히 주목할 섹션. 테이스팅 룸에는 <흑백 요리사>로도 잘 알려진 정지선 셰프도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