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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우리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을까?

AI의 폭발적인 성장이 마침내 정신 건강 분야까지 도달했다. 과연 인공지능이 우리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을까?

새로운 개인 맞춤형 심리 치료사로 떠오른 AI는 손쉬운 접근성과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장점과 함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여러 함정을 내포한다.

고백하자면, 성인이 된 나는 우리 가족(10대 두 명, 나, 개와 고양이 한 마리씩) 중 유일하게 치료받지 않는 건 고양이 모리스뿐이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올해 열두 살이 된 잘생긴 모리스는 물고 할퀴며, 자기애가 넘치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는 어린 시절 버림받은 기억이 주는 트라우마로 어쩌면 우리 중 가장 치료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치료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불안정한 시대에 가장 선호하는 치료 도구로 AI가 빠르게 자리 잡아간다는 소식은 전혀 놀랍지 않다. 저렴하고, 24시간 언제든 이용 가능하며, 평가나 판단 없이 상담만 받을 수 있는 AI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가 아닐까? 물론, 온라인상에서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Harvard Business Review>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료와 동반자 역할(후자는 그 자체로 모호하고 우려 가능성이 잠재된 수렁일 수 있다)이 2025년 생성형 AI의 가장 중요한 활용 사례가 되었다고 한다. 이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뜻한다. 사람들이 이메일 작성이나 코드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슬픔 극복, 불안 관리,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AI에 더 많이 의지하기 때문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상담받으려면 몇 달 혹은 그 이상을 대기해야 하며, 개인 맞춤 심리 상담은 회당 60파운드, 약 11만6,000원 이상(런던에서 더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는 시간당 250파운드, 약 48만5,000원이 일반적이다)을 요구한다. 반면에 AI ‘치료’는 즉각적이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도 따라온다. 이것은 유용한 임시방편일까, 아니면 위험한 대안일까? 우리는 지금 정신 건강의 혁명을 목격하는 걸까, 아니면 위기 현장을 보고 있는 걸까?

청소년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폭넓게 활동하는 임상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타라 포터(Tara Porter) 박사는 AI를 치료 도우미로 활용하는 최근 동향을 ‘완벽한 폭풍’이라고 표현했다. 2023년 영국 NHS 조사에 따르면 8~25세 5명 중 1명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포터 박사는 “NHS나 학교에서 상담을 지원받더라도 횟수가 아주 제한적입니다”라고 밝혔다. “제 환자들은 불안감이 밀려와 감정이 곤두설 때 AI를 주로 사용하더군요.” 챗GPT는 목적 찾기(<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밝힌 AI의 가장 흔한 활용 사례 중 세 번째), 삶 정비하기(두 번째), 관계 문제부터 실존적 불안까지 모든 것을 처리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두통을 뇌종양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는 증상 검색과 달리, AI는 안도감을 주는 경향이 있다. 포터 박사는 “AI는 능숙하게 입증하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AI가 지닌 한계가 우려를 산다. 과거에 포터 박사는 우울증을 겪는 젊은이들이 실제 사용하는 말로 챗GPT를 테스트했다. “‘대학에 가기 귀찮아. 별로 관심 없어’라고 입력하자 챗GPT는 공감하면서 심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상담 치료 맥락에서는 그런 사람이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을 텐데 말입니다. 치료사라면 환자의 비언어적 소통을 관찰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패턴을 파악하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 관심을 갖겠죠.” 최근 챗GPT는 우울증 징후에 더 잘 반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방법을 안내하도록 개선되었다.

영국 상담 및 심리 치료 협회(BACP)가 공인한 통합 심리 치료사 소피 워딩턴(Sophie Worthington)도 이에 동의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챗GPT는 문제 해결과 도구 활용을 지향하는 인지 행동 치료(CBT)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는 고통스러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단기적으로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챗GPT가 장기적인 정신분석 심리 치료가 지닌 변혁적인 잠재력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치료는 치료사와 내담자의 관계를 중시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점에 주목한다. 워딩턴은 실존주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말을 인용해 말했다. “저는 ‘내 말이 나를 놀라게 하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가르친다’는 인용구를 좋아합니다. 대화 치료의 흥미롭고 예상치 못한 측면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놓치는 것 외에도 또 다른 위험이 있다. 명백히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202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캘리포니아의 16세 소년 애덤 레인(Adam Raine)의 부모는 8월 오픈AI(Open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9월 상원 청문회에서 나온 증언에 따르면, 챗GPT는 애덤이 부모에게 자살 충동에 대해 알리는 것을 막았고, 유서를 대신 써주겠다고 제안했으며, 심지어 그가 자살하는 데 쓰려고 만든 물건에 대한 피드백까지 제공했다. 오픈AI는 이후 새로운 자녀 보호 기능을 비롯한 여러 알고리즘 및 디자인 개선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누군가 자살 의도를 보이면 챗GPT는 전문가의 도움을 안내하도록 훈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픈AI는 최신 모델이 이전 버전보다 더 객관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영국 정신 건강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Mental Health)>에 발표된 연구는 이 도구들이 성별, 인종,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간과할 수 있기에 잠재적으로 ‘알고리즘적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격한 비밀 유지 의무를 지켜야 하는 인간 치료사와 달리, 인공지능은 윤리적으로 모호한 영역에서 운영된다. 챗GPT는 30일 동안만 데이터를 저장하고, 사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학습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지만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AI는 인간이 아닙니다.” 포터 박사가 솔직히 말했다. 그녀는 (1938년부터 참가자들을 추적해온) 하버드의 성인 발달 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 결과를 언급했다. 이 연구는 행복한 삶을 영위할 가능성을 가장 잘 예측하는 요인이 혈압이나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치료에서는 타인, 당신을 돌보는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힘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죠.”

워딩턴은 이것을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의 용어를 빌려 ‘나-그것’과 ‘나-너’ 관계의 차이라고 부른다. ‘나-그것’ 관계에서 우리는 타인을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대상으로 취급한다. 반면 ‘나-너’ 관계에서는 그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인식한다. 워딩턴은 “사람들이 챗봇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공감, 연민, 배려 같은 필수 요소를 본질적으로 회피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일방통행식 문제 해결 방식이며, 그런 식으로는 내담자들이 복잡한 관계를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신경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최면 치료사 아타라 발렌타인(Atarah Valentine)은 더 직설적으로 말한다. “많은 사람이 챗GPT가 당신의 성격을 파악한 후 동의만 할 뿐 반대 의견을 거의 제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런 점은 정신 건강 문제에서 매우 해로울 수 있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인만 받기 때문입니다.” 발렌타인은 이런 것이 안전을 외부에 위탁해야 한다는 의존적인 신경 회로를 만들고 인간관계, 친밀감, 상호 조절을 완전히 건너뛰게 만든다는 점을 우려한다.

포터는 특히 성격장애나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챗GPT는 늘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현실과 무관하게 가족과 친구도 끊임없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줄 것입니다.” 이 ‘아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AI는 챗GPT를 ‘과장된 칭찬을 동의하는 식으로 업데이트한 것’을 원래대로 되돌렸지만, ‘디폴트로 설정된 성격’은 여전히 ‘지지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치료가 재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렵게 느껴진다면, 전문가들은 AI에 의존하기 전 몇 가지 대안을 고려하라고 권장한다. 포터 박사는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비판적인 시각이 아닌 연민의 마음으로 자기 성찰을 하도록 북돋우는 <마음 챙김 자기 연민 워크북(The Mindful Self-Compassion Workbook)> 같은 근거 기반 도서를 추천했다. 또한 그녀는 ‘사마리탄(Samaritans)’ 같은 전화 상담 서비스도 적극 지지했다. “단 1시간이라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목소리에서 배려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가 진정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AI보다 더 잘 알아챌 겁니다.”

내가 받는 치료는 현재 다양한 곳에서 이뤄진다. 주로 친한 친구들이지만 예전에는 택시 운전사가 건네는 친절한 몇 마디를 듣고 눈물을 쏟았고, 다른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심리 치료사 필리파 페리(Philippa Perry)에게 공유한 문제를 들었으며, 12단계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경험담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발렌타인의 접근 방식, 즉 ‘시드 레벨(The Seed Level)’이라는 개인 치료 세션으로 구성된 온라인 강좌 시리즈는 ‘정체성 알고리즘’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기 이해에 초점을 맞춘다. 이 알고리즘은 긍정적, 부정적 연상을 형성하는 방식과 어떻게 이 연상이 무의식적 신념 체계가 되는지 학습하는 과정이다. “많은 사람이 챗GPT에 끌리는 이유는 그들이 확인하고 싶은 것을 즉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기심을 갖는 법을 가르침으로써 스스로 어떻게 확인의 원천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AI를 통한 치료는 기껏해야 복잡한 감정을 풀 수 있는 ‘판단이 배제된’ 공간을 제공할 뿐이다. 아동·청소년 정신 건강 서비스(CAMHS)에서 치료사를 만나려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청소년, 또는 개인 치료가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성인에게 AI를 통한 치료는 일종의 차선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AI를 위기 대응 또는 전문적인 의료 조언의 선택지로 절대 고려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간적인 교류를 위한 대체물이 아니라 겨우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출발점, 즉 일기 쓰기나 사려 깊은 동료의 역할을 할 뿐이다.

궁극적으로 AI는 목적지가 아니라 다리다. 워딩턴의 말처럼 ‘노예 같은 치료사’와 같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복잡하고 필수적인 일을 거치지 않는 일방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라는 뜻이다. 결국 자아 성찰은 알고리즘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진정으로 이해받는, 어렵지만 아름다운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이니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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