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WOODZ)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자”
소멸하고 불멸하는 조승연, 그리고 우즈.
GQ 손 상처 다 나았네요?
WZ 아, 복싱하다 다친 데요? 네, 여기. 많이 아물었어요 이제.
GQ 오늘 펀치 포즈 취하는 걸 보며 복싱 배운 게 이럴 때 도움 되는구나 했어요.
WZ 그러니까요. 어떻게 또 오늘 복싱하는 포즈를. 그런데 아직 일주일밖에 배우지 못했어요. 일주일 배우면서 재미 들렸다가 손목을 다쳐서 그 이후로 못 갔어요. 그래서 아까 안 배운 것도 막 했어요. 흐하하하.
GQ 손목은 괜찮아요?
WZ 네, 괜찮아요. 복싱장 관장님이 <아이 엠 복서>의 스나이퍼 김민욱 관장님인데, 자세부터 엄청 멋있게 다잡는 분이어서 방송 보고 바로 찾아갔어요. 가장 먼저 기본 자세부터 알려주셔서 오늘 다행히 그 자세를 잘… 했나?(웃음)
GQ 그간 우즈 씨가 보낸 시간이 빛을 발한 게 또 하나 있지 않나 싶어요.
WZ 잠깐만요, 오늘 찍은 거 생각해보자. 기타인가요?
GQ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기타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걸로 아는데 능숙했네요.
WZ 군대에서 많이 는 것 같아요. 군대에서 기타를 좀 많이 잡고 있었어서. 군대 갈 때 생각한 게 ‘세 가지를 얻어오자’였거든요. 하나는 운동. 그래서 벌크업을 조금 해왔고, 그리고 기타 실력 키우는 거랑 영어 공부 좀 더 하는 것. 영어 공부는 여건 상 잘 안 됐지만, 그건 핑계지만, 그래도 기타와 운동은 조금 열심히 해서 그 두 가지는 많이 얻어온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뭐가 있지···.
GQ 연기. 디지털 콘텐츠 촬영 때 여러 디렉션에 바로바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영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작업이 남긴 영향이 궁금했어요.
WZ 연기!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근래에도 여러 작업을 하면서 내가 영화 찍으면서 생각보다 경험치가 많이 축적됐고 좀 업그레이드가 된 시간이었구나 싶었어요. 오늘 사진 찍을 때도 표정을 짓는다거나 뭔가를 표현하려고 할 때 그것을 제가 받아들이는 과정이 점점 짧아진다고 느껴요.
GQ 많은 뮤직비디오를 찍어왔잖아요. 그럼에도 다른 경험이었어요?
WZ 완전 다른 경험이었고, 사실 뮤직비디오 찍을 때 저는 늘 부담스러웠어요.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고 쑥스럽고. 그런데 그랬을 때 집에 오면 항상 뭐랄까, 아쉬운 것이 많았거든요. 좀 더 해볼걸. 그래놓고선 막상 다음에 찍을 때 또 부끄러워하고. 그런데 군대 가면서 또 하나 생각했던 게 ‘좀 덜 부끄러워하자’였어요. 그 과정에서 전역하고 바로 작업한 ‘Smashing Concrete’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이번 영화도 그렇고, 너무나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하면서 ‘좀 더 해도 되겠구나’라는 확신을 얻어온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어떤 표현을 할 때 옛날보다 훨씬 확신을 갖고 하는 느낌이에요.
GQ 조금 덜 부끄러워졌어요?
WZ 부끄러운 건 똑같은데 ‘이거 한다고 뭐 달라지는 거 없다’ 그런 느낌. 그럼 모두가 원하는 결과물을 받을 수 있게 내가 적극적으로 하는 게 맞다 생각해요.
GQ 미스터리 스릴러 쇼트 필름이라는 소개가 붙은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를 우즈 식대로 요약, 예고해본다면요?
WZ 일단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에 전반적으로 공통되는 단어는 욕망이에요. “네가 엄청나게 성공한다는 가정하에 일찍 죽어야 한다면 너 어떻게 할래?” 묻는. 어쩌면 저주일 수도, 혹은 업적을 남기는 게 목표인 사람한테는 굉장한 유혹일 수도 있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리고 속도감이 굉장히 빠른 것에 집중했어요. 보는 사람들도 그 속도감에 쫓겨가면서 욕망이라는 감정이 얼마큼 빨리 치고 올라오는지에 대해 느껴보셨으면 했어요. 그 이야기가 이어져서 정규 앨범까지 어떻게 가는지 재미있게 푸실 수 있는, 긍정적으로 문제 아닌 문제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GQ 사실 대중으로서는 정신을 못 차리겠다는 느낌이에요.
WZ 그렇죠? 흐하하하. 후다다닥 지금 뭔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오늘도 계속 (정규 앨범 관련 콘텐츠가) 나오고 있고.
GQ 복싱으로 치면 훅이 계속 날아오는 것 같아요. 폭격기로서는 즐거우려나요? 대중의 반응을 보는 일이.
WZ 즐거워요. 즐겁지만 우려도 했어요. 너무나 많은 정보가 한 번에 쏟아졌을 때 지치지 않을까, 조절을 잘 해야겠다 싶었지만, 그럼에도 보여드릴 수 있는 시간대가 빠듯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면도 견제했어요. 숏폼이 강세인 세상이다 보니까 이렇게 롱 테이크인 것들을 어떻게 보여드릴까. 정규 앨범이 17곡이고, 영화는 59분짜리고, 뒤에는 콘서트도 월드 투어로 긴 흐름을 가져갈 거고. 한 번에 느낄 땐 ‘와다다’겠지만 본격적으로 정규 앨범에 대한 소식을 전한 2월 초부터 발매일인 3월 4일까지 긴 시간 동안 과연 몰입이 끊기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하면 불안감과 초조함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이건 아마 이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다 이해하실 만한 내용이 될 것 같아요. 제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단어는 반항이거든요.
GQ 반항이에요?
WZ 네. 그래서 저는 전체 흐름을 어떻게 보셨으면 좋겠냐면,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에서) 우진이라는 캐릭터가, 어쨌든 그 영화 자체가 제가 쓴 초안에서 시작됐는데, 우진의 욕망 가득한 모습이 제가 볼 땐 제게서 보이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잘되고 싶다, 성공에 대한 욕심들. 그런데 그걸 저는 반항심으로 이겨냈거든요. 제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왔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에는 항상 반항이 함께 있었던 것 같아요. ‘왜 돈을 벌려면 내 삶을 포기해야 돼? 나는 건강하게 하고 싶어’, 이런. 이번에도 숏폼 시대지만 우리는 긴 흐름으로 보여드리자, 그런 반항 아닌 반항에서 시작한 거예요. 수록곡도 20곡을 하려고 했
는데 그건 너무 반항이다 그래서(웃음) 적당히 17곡을 담게 됐어요.
GQ 그렇잖아도 그게 궁금했어요. 이번 쇼트 필름도, 정규 1집도, 우즈 씨가 군대에서 쓴 자전적 에세이가 씨앗이 된 걸로 알아요. 그걸 키워드로 정의해본다면 무엇일까, 그건 반항이군요.
WZ 맞아요. 자서전의 내용은 크게 어떤 감정이 담긴 글은 아니에요. 그냥 제 일대기를 막 쓴 글이에요. 같이 작업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형이랑 그걸 토대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런 콘셉트로 영화를 찍고, 음악···, 사실 음악은 따로 콘셉트는 없었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은데, 콘셉트가 정해진 앨범을 만들진 않을 것 같아요. ‘이번엔 악마 콘셉트야’ 이런.
GQ 하나의 콘셉트로 몰고 가고 싶지는 않은.
WZ 네. 음악은 음악대로 좋았으면 좋겠고, 사진은 사진대로 좋았으면 좋겠고, 뮤직비디오는 뮤직비디오대로 좋았으면 좋겠어요. 각각의 것을 잘 찍어서 그게 자연스럽게 뭉쳐지는 메시지가 있는 건 좋은데 하나의 콘셉트로 몰고 가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에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재밌었던 건,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는 목적지가 있었고, 그게 이번에는 정규 앨범과 영화였고, 그 목적지를 두고 제가 행동하고 만들었을 때, 각각 다 다른 기분으로 만들었는데 도달해서 보니까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가 생기더라고요. 그게 반항이었어요. 몰랐어요. 그래서 그때 또 많이 느꼈어요. 아, 나는···. 나라는 사람한테서 나오는 아웃풋들이기 때문에 어떤 소스를 쓴다고 해서 새롭게 바뀌지는 않는구나. 그러니까 나한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라는 필터를 잘 만들어가야겠구나. 나라는 필터에 비추어 나오는 아웃풋들이 있고, 그에 대한 인풋을 또 많이 쟁여놓고 많이 경험해봐야겠다. 그래서 여러 가지 협업하고 싶은 일들이 앞으로도 많을 것 같아요.
GQ 일단 그 모든 걸 언제 다 한 거예요? 2025년 7월에 전역했으니까 시기로만 따지면 6개월이 막 지난 셈이잖아요.
WZ 맞아요. 거의 작년에 다 한 것 같아요. 한 4곡 빼고는 다 전역하고 나서 썼으니까. 다 쓴 곡으로 치면 30~40곡 정도 돼요. 그중에서 어울리지 않는 곡들은 빼고, 20곡에서 또 최대한 줄여보자 해서 또 줄여보고, 그런 과정도 있었는데···, 모르겠어요, 하니까 되더라고요.
GQ 우즈 씨도 쏟아내듯이 작업한 거예요? 어떤 것들을 토해내듯이 만든 건가요?
WZ 그랬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이 솔직함을 가장 많이 담은 앨범이 될 것 같은데, 사실 그 생각은 매번 해요. 더 솔직해지자. 내 것을 하고 싶고 내 색깔이 있으려면 더 솔직한 사람이 돼야 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생각해요. 좋은 아티스트가 되려면 그 이전에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솔직해지면 남의 걸 하지 않아도 충분히 내가 결핍을 느끼지 않고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정규 앨범에서도 가장 솔직한 걸 많이 담았는데, ‘뭔가를 해야겠다’는 것보다도 만들고 싶은 창작력이 작년에 굉장히 많았다고 느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자. 나라는 사람을 관심 있게 봐주시는 시점을 이제 내가 드디어 맞이했는데.
GQ ‘Drowning’을 기점으로?
WZ 맞아요, ‘Drowning’을 기점으로. 그렇다면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보여줘야겠다. 여기서도 반항심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 ‘Drowning’ 같은 곡 하나 더 해서 잘 가보자’여야 하는데 저는 그게 잘 안 돼요. 그러니까 어···, ‘아’ 다르고 ‘어’ 다른 거지만 ‘잘돼서 네가 하고 싶은 거 할래?’ 혹은 ‘네가 하고 싶은 거 오래 해서 나중에 잘될래?’ 이 순서가 되게 다른 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항상 후자였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인정받고, 그걸 기반으로 잘됐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쪼금’ 해봤어요. 스스로. 그냥. 안전한 선택지가 있음에도 그런 걸 더 어필하기보다는 내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걸 보여드려야 되겠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앨범은 (양이) 많지만 그 하나하나가 ‘나 퀄리티가 떨어져서 이만큼을, 그래도 이만큼이나 준비했어’의 느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이런 곡들을, 이 수를, 이 시간 안에 했지?’였으면 좋겠어서, 작년 한 해를 보면 저를 그냥 갈아 넣은 것 같아요.
GQ ‘Drowning’의 성공적인 역주행에 대해 한 말이 기억 나요. 그 곡이 잘될 거라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대로 만들었을 뿐인데, 잘된 걸 보고 오히려 용기와 응원을 얻었다던. 같은 맥락 같네요.
WZ 맞아요. 매번 어떤 곡을 만들든 항상 잘됐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이 들어가 있죠.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그럼 너는 잘되는 걸 하고 싶어?’라고 했을 때 뭐가 잘되는 건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저라는 사람한테서 ‘잘될 수 있는 것’이라는 건 또 다른 내용이니까. 남이 잘되는 걸 한다고 해서 그걸 따라가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옛날부터 혼자 생각했어요. 그런데 ‘Drowning’이 잘된 게 너무 신기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잘됐으면 지금 내가 가져야 할 마음은 ‘이거 잘됐으니까’가 아니라 많은 분이 늘 말씀하시는 것처럼 ‘초심’인 거예요. 그냥 저는 음악 만드는 애고, 노래 부르는 사람이에요. 잘되게 만드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매일 제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잘되게 하는 과정에서 옆에 계시는 회사분들이 같이 노력해주시니까 그 노력에 피해가 가지 않게 오늘 하루, 내일 하루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내는 것. 그것만 하면 되지 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싶어요. 그래서 작업할 때도 ‘잘되는 곡 만들어야지’ 싶어지면 그날 아예 작업을 안 해버려요. 약간 벌 주듯이 안 해버려요. 그런 사념이 들 땐 아예. 왜냐하면 그러면 꼭 다음 날 들어봤을 때 그 곡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다른 게 느껴져요. 잘되고 싶은 느낌의 노래로 느껴져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노래들이 없어서 좋아요. 물론 명맥상 ‘CINEMA’란 곡이 ‘Drowning’ 뒤를 이을 곡이긴 하지만, ‘CINEMA’를 만들 당시는 ‘Drowning’이 그렇게 잘됐을 때가 아니에요. ‘Drowning’ 나오고 두세 달 후에 만든 곡이기 때문에.
GQ ‘CINEMA’를 만들어둔 건 몇 년 됐군요? ‘Drowning’이 2023년 곡이니까.
WZ 네, ‘CINEMA’는 2023년 여름에서 가을 즈음에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잘되는 곡 만들어야지’) 생각을 담아 만들 상황도 아니었고. 그래서 이번 앨범은 다, 많이 애틋하게 느껴져요.
GQ 그런데 왜 이번을 특히 “정규 1집”이라고 표명해요? ‘Drowning’이 수록된 앨범 (2023)라든지 (2020)이라든지, 최소 5곡 이상이 실려 미니 앨범이란 기준을 넘어서는 작업은 이미 해왔어요.
WZ 저는 20대 때 활동하면서 준비가 안 되면 정규(1집)를 내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내가 이걸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안 되는데 대외적으로 사람들이 다 1집이 있다고 해서 나도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제 그게 긍정적인 요인이 됐죠. 제가 가장 관심을 받을 수 있을 때 정규 1집이라는 큰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게 된. 사실 그 준비가 딱 됐던 시기는 앨범 내고 투어 갔다 왔을 때였어요. ‘나 이제 정규 앨범 내도 되겠다. 나 딱 서른에 정규 앨범 낼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군대를 가기로 했으니까 친구들한테 “갔다 오자마자 정규 낼 거니까 준비해” 하고 갔어요. 그런데 갑자기 ‘Drowning’이 너무 잘되면서 일단은 이 곡이 사랑받은 데 감사함을 많이 이야기하고 다녀야겠다 싶어서 작년 한 해는 그런 활동을 많이 가지면서 동시에 ‘그래, 이런 시간이 있으니까 정규 앨범 준비도 할 수 있겠다’ 했죠.
GQ 이번 1집에서 완성하기까지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곡은 뭐예요?
WZ 이번 앨범에서는 음···, 그런데 이번에는 엄청 오래 걸린 곡이 없었던 것 같아요. 길어봤자 6개월? 한 7, 8개월? 요 정도밖에 안 걸렸거든요.
GQ 긴 거 아니에요?(웃음)
WZ 그렇긴 하죠. 하하하하. 그런데 예전에 만든 ‘아무의미’는 2년 넘게 걸렸어서.
GQ 2년. 그랬구나.
WZ 네. ‘아무의미’(2018)는 1절 끝내고 2절을 안 쓰고 싶었다가 이 곡을 다시 써볼까 하면서 그다음 연도의 일기장과 그 전년도 일기장을 토대로 가사를 만든 노래예요. 이번에는 음···, 타이틀 같아요. ‘Human Extinction’이 가장 오래 걸렸어요. 왜냐하면 군대에 있을 때 친구들한테 트랙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완성된 트랙을 받아 듣고 너무 좋다, 이제 곡을 써보자 하고 썼는데 뭔가 애매한 거예요. 몇 번을 갈아엎었어요. 마음에 안 든다. 그 곡을 안 쓰려고 했어요. 그러다 전역하고 다시 듣는데 기타 리프가 정말···, 이건 안 쓰면 안 되겠는데 싶어서 다시 재수정을 몇 번 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곡이 나왔어요. 요즘 합주를 하는데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눈물이 좀 나요.
GQ 정말? 왜요?
WZ 슬픈 노래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요, 인간이 우주에서 한없이 작은 먼지 한 조각이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실제로 알게 됐을 때의 그 허탈함 같은. ‘인간 멸종’이라는 뜻을 가진 그 단어가, 어찌 보면 정말로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부르다보면 좀 슬프더라고요. 모르겠어요, 그 묘한···, 그 터지는 부분과 제가 그걸 불러냈던 창법들이 좀 격한 감정이 오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부를 때 벅차고 기대가 되는 곡이에요. 완성하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해요.
GQ 참 잔인한 게 17곡을 조금씩 맛보기로 공개한 하이라이트 메들리에서 유일하게 그 노래만 가사도 뭐도 아무것도 들려주지 않아요.
WZ 맞아요. 아무것도 안 나와요. 흐하하하. 그게 ‘인스트(Instrumental, 보컬없이 악기로만 구성된 부분)’도 세고 가사도 중요해서. 인터뷰가 공개될 때쯤이면 앨범도 나올 때쯤이니까 살짝 말하자면 인털루드(Interlude, 간주)가 엄청 긴 곡이에요. 그게 정말 중요해요. 사람 감정을 막 왔다 갔다 하게 해요.
GQ 우주에서 인간이 하나의 먼지처럼 느껴지는 감정 같은.
WZ 네. 그런 것처럼 직접적으로 사랑, 이별, 이런 게 아니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감정에 맞닿는 느낌이에요. 저는 이 곡이 굉장히 파괴적이라고 생각해요.
GQ 그렇다면 어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나 스스로 이번 앨범 만들면서 칭찬해주고 싶은 지점이 있다면요?
WZ 하나인 것 같아요. 끝까지 했다는 것.
GQ 너무나.
WZ 나왔다는 건 어쨌든 끝까지 버티고 해냈다는 거니까. 나오기 전까지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물론 여러 가지 다 의미가 있고 얻어가는 게 있겠지만, 그냥 스스로 강하게 마음을 먹자고 생각했던 건, 나와야 만든 거니까. 안 나온 건, 습작은, 습작이 있다고 공개되기 전까지는 있는지도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에. 저는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정말 이 커다란 덩어리들을 잘 해냈다, 그리고 이제 보여줄 일만 남았다. 그래서 되게 마음이 편해요. 지금까지도 계속 마스터(Master, 최종 원본 음원)를 들으면서 마스터링이 끝나면 이제 음악적으로는 정말 할 게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너무나 기쁜 상황에서 요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GQ 이 작업을 왜 해요?
WZ 좋은 곡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곡을 누군가한테 들려줬을 때 “너무 좋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이 이 세상에서 그 어떤 때보다 좋아요. 사실은 노래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만드는 일을 생각해보면 (작업물이) 나왔을 때의 설렘이 굉장히 큰 것 같고, 오히려 나온 직후에는 큰 감정 없이 고요한 것 같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돌이켜봤을 때 ‘와, 나 이런 걸 했었지?’ 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기특함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 연속적인 순간들이 계속하게 만들어요. 중독성이 좀 있어요, 이런 작업들은. 그래서 저는 가능하다면 죽을 때까지 이런 일을 하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GQ 그 과정에서 계속 고민해야 하잖아요. 고민이 깊을수록 무섭지는 않아요?
WZ 그건 어렸을 때 정리를 해놓았어요. 깊이 생각하진 말자. 그래서 제 가치관이 “뿌리는 무겁게, 가지는 가볍게”예요. 깊은 마음을 갖되, 생각은 많이 하되, 깊어지진 말자. 결국엔 어두워지더라고요. 어떤 좋은 생각으로 시작해도, 예를 들면 ‘내가 너무 사랑하는 엄마 보러 가야지’, ‘어? 오랜만에 봤는데 엄마가 많이 늙었네. 이제 엄마가 몇 살이네.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생각이 깊어지면 점점 어두워지더라고요. 저는 그게 바다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멀리서 넓게 보면 너무 예쁜 바다가 깊어지면 점점 까매지고 무서워지는 것처럼 생각도 똑같다고 여겨요. 그래서 깊은 생각이 들려고 하는 순간 그냥 안 해버려요. 저는 mbti로 치면 완전 슈퍼 ‘N’이어서 원래 생각이 많은데, 다행히 근 5년 동안 좋아진 건, 제가 수학과 과학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GQ 학창 시절에 자주 수학 100점 맞았다면서요.
WZ 옛날에는 그랬죠. 하하하하. 지금은 공식을 다 까먹었는데 그래도 수학 문제 보고 있으면 좋아요. 답이 나온다는 과정이 되게 즐거워요. 요즘에는 생각을 하다 좋은 소스들이 떠오르면 그걸 연결시켜서 해답이 나오는 과정까지, 이과는 아니지만 이과적인 사고로 하게 됐어요. 생각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정리해서 뭔가 나오게 되고, 그게 요즘에는 바로바로 잘돼요.
GQ 고민을 깊고 무겁게 가져가지 않는다 해서 그게 진지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WZ 어, 그럼요. 그렇다고 맨날 가벼운 생각만 하는 것도 아니고. 진지한 생각할 때랑 하지 않아야 될 때의 비율을 8 대 2 정도로 두는 것 같아요. 네.
GQ 드린 두 개의 큰 질문은 우즈 씨의 ‘아무의미’에 나오는 가사예요.
WZ 아우 진짜요? 그렇네요. 맞아요.
GQ “작업을 해도 이걸 내가 왜 하는 건지”, “뭐든지 깊을수록 어둡고 무서워”라고 2018년의 우즈는 2년여에 걸려서 ‘아무의미’에 적었어요.
WZ 의미를 찾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GQ 그렇네요.
WZ 정말. 지금 고민이 아예 없는 이유도 그래서 같은데요. 내가 생각하는 것을 궁금해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곡으로 나왔을 때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내 말이 무조건 맞다’고 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맞는 말을 할 때 맞다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래서 이 삶을 살아갈 이유가 정말 많아진 느낌이에요. 그런 것 같네요.
GQ 뿌듯하네요. 10년 사이에.
WZ 그러니까요. 너무 뿌듯하게.
GQ 첫 앨범의 실물이 앞에 있다고 치고 사인해주세요. 조승연에게 우즈가. 조승연이 결국 0번째 ‘무즈’일 것 같거든요.
WZ 음 ···,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GQ 맨날 팬들에게 하는 말이네요.
WZ 맞아요. 그런데 이게 정말 제일 중요해요. 왜냐하면 저는 우즈라는 인물보다 조승연으로서의 삶이 더 중요하거든요. 항상. 조승연이 무너지면 우즈는 언제든지 그만둬도 돼요. 그러니까, 살아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보니까 저는 제가 건강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건강이 1번이고, 내가 어떤 일을 하든 간에 ‘나 행복하고 잘하고 있다. 뭐, 잘하진 못하더라도 내일 한번 더 해보자’라는, 그런 순간을 살면 다 괜찮은 것 같아요. 뭘 해도.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저한테 한마디하자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무즈들한테 제가 항상 하는 말이 그만큼 가볍지 않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기도 하고.
GQ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WZ 아유,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매년 저는 소원을 그렇게 빌어요.
GQ 마지막 질문이에요. 1집의 마지막 17번 트랙은 2025년 연말 콘서트에서 사전 공개한 곡 ‘To My January’죠. 왜 특히 “나의 1월에게”예요? 첫 1집의 마지막에 놓아둔 이유가 있나요?
WZ 생각해보면 제게 정규 앨범을 만드는 시점이란 ‘성공했을 때’로 여겨진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저의 바람은 12월에 시상식에도 나가보고 싶었고, 앨범도 내보고 싶었고, 콘서트도 해보고 싶었는데, 점점점 그런 것들을 이뤄나간 시점에서 ‘와, 옛날에 내가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제게는 결국 저의 1월이 온 거예요. 1월에는 설날도 있고, ‘해피 뉴 이어’도 하고, 세계 모두가 바람을, 새해에 이루어졌으면 좋겠는 바람을 묶어놓는 달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1월이 늦게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늘. 그 1월에 바람들이 굉장히 많이 담겨 있으니. 전 세계 사람들의 바람이 담겨 있으니. 그중에 바람과 직접적으로 닿은 사람도 있고 닿지 못한 사람도 있을 거잖아요. 하지만 1월은 무조건 오잖아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그러니 당신들이 묶어놨던 그 바람들이 무조건 찾아올 거라고,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인 나도 찾아왔다고 느끼는 순간을 살고 있으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사실 콘서트에서 부른 감성과 이번 앨범에서의 감성이 되게 달라요. 콘서트 때는 제가 해주고 싶은 말, 해주는 말로 치면, 1집에서는 표현을 완전히 다르게 해봤어요.
GQ 어떻게요?
WZ 그렇게라도 발버둥치는 화자처럼. 그렇게라도 믿어야 죽지 않을 것 같으니까. 내가 좀 살아갈 이유가 생기니까. 무조건 온다, 그러니까 그냥 하자. 난 언젠가 저 하늘의 불꽃처럼 펑 하고 터지는 순간이 올 거다, 그러니까 그냥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