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4월 11일 예루살렘의 한 법정에서 나치 전범 재판이 열렸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뉴요커' 특파원으로 재판을 지켜보고 아이히만이 양심의 가책도 없이 상투적인 관용구에 기대어 자기 변호에 급급한 평범한 노인이라는 데 전율했다. 악의 실체가 사유의 무능력에 잇대어 있음을 보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그의 말은 늘 똑같았다. 말하는 데 무능력함은 생각의 무능력함,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무능력함과 깊이 연관됨이 뚜렷해졌다'라고 썼다.아렌트는 1906년 10월 14일 독일 하노버 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