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한 사람은 '버림받은 악기'다. 더 이상 선율을 연주하지 못한 채 구석에 처박힌 악기라니! 사랑의 황홀경과 충일감에서 내쳐질 때, 그것이 어느 한쪽의 결정일 때 실연당한 자는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매달려 "설명해줘요. 내게, 사랑이여,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그 소름 끼치는 시간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시구로 유명한 여성 작가 잉게보르크 바흐만(1926~1973)이 그랬다.바흐만은 작가 막스 프리슈와 사랑을 하다가 헤어졌다. "사랑을 위하여/차린 식탁을 바다에 뒤엎고/잔에 남은/포도주를 바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