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사진 한 장을 본다. 기모노를 입은 여자 셋이 앞에, 그 뒤로 사내 셋이 언덕을 오른다. 언덕 위 건물이 웅장하다. 왼편에 까치집이 있는 나목(裸木)은 은행나무다. 일제 강점기 조선 명소를 소개하는 사진엽서다. 가운데에 누군가가 이렇게 펜으로 적어 넣었다. '豊公(풍공)이 한국을 정벌할 때 淸正公(청정공)이 말을 묶었던 은행나무.' 풍공은 풍신수길(豊臣秀吉),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청정공은 가등청정(加藤淸正), 가토 기요마사다. 그러니까 임진왜란 때 한성에 입성한 가토 기요마사가 남산에 진을 치고 이 은행나무에 말을 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