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안(1916~2004)은 고종 말년 중추원 참의직을 지낸 변국선의 딸로 경기여고를 거쳐 이화여전 영문과를 다닌 재원(才媛)이었다. 본디 이름은 변동림. 조혼과 이혼을 겪고 딸 셋을 둔 '이혼남' 화가 김환기와 재혼하고, 남편의 성(姓)과 아호인 '향안(鄕岸)'을 받아 김향안으로 개명해서 평생을 살았다.변동림은 이화여전 영문과에 다니던 스물한 살 때 가방 하나를 들고 집을 나와 천재 작가 이상과 동거를 시작했다. 둘은 함께 도쿄로 갈 작정이었다. 결혼식을 한 지 석 달 만에 도쿄로 떠난 이상이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구금되었다가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