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집에 일꾼이 오면 무거운 짐을 다 옮긴 뒤에도 그는 "더 할 일 없소?" 하고 팔을 걷었다. "이제 그만 됐다"는 어머니에게 일꾼은 말했다. "아이고 밥값은 해야지요."새참 때가 되면 어머니는 일꾼에게 거한 상을 차려놓고, "간도 못 봤는데 입에 맞을지 모르겠소. 시장기나 속여두시오"라고 했다. 사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이미 간을 보셨는데, 고봉밥을 내밀며 시장기나 속여두라는 건, 어머니의 눙치시는 겸양이자 해학이셨고, 일꾼은 밥값이나 했는지를 거듭 걱정했다.서로 웃는 낯이었지만 '밥값'의 뜻은 삼엄했다. 무릇 살아가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