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소대장으로 복무하던 시절 육군 소대장과 함께 훈련한 적이 있다. 공군 부대로 소대를 이끌고 온 육군 소대장은 산불 진화에 나섰다가 곧바로 훈련에 투입된 탓에 전투 장구가 온통 숯검정이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소대 냉장고에서 꺼낸 물 한 잔을 권했다. 그는 "병사들이 수통에 든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데 나만 냉수를 마실 수는 없다"며 사양했다. "물 한 잔인데 어떠냐"고 하자 "육사에서 배운 FM(야전 교범)대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행군 때 다른 장교들은 군장을 가볍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육사 출신들은 그렇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