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시인 김수영(1921~1968)이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한 말이다. 왕궁의 음탕이나 붙잡혀간 소설가, 월남 파병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내면서,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설렁탕집 주인에게 옹졸하게 분개하고, 20원을 받으러 서너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 자신의 지질함을 경멸했다. 그러면서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하고 자조했다.'부탁'에서는 "자라나는 죽순(竹筍) 모양으로 부탁만이 늘어간다. 귀찮은 부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