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시인(詩人)의 부음을 듣고 서점에 갔다. 그녀의 마지막 책을 사 들고 집으로 오는 길, 침대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다가 그것이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의 개정판이란 걸 알았다. 가끔, 시인의 시(詩)보다 산문을 먼저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 허수경 시인이 그랬다. 그 책을 읽고 진주에선 비빔밥을 '꽃밥'이라 부른다는 걸 알게 됐고, '하마'가 실은 헤엄을 치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하마는 물 위를 헤엄치는 게 아니라 물길을 걸어 다닌다는 것이다.물의 상처에 대한 얘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녹차를 끓일 때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