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의 소설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학교 폭력에 휘말려 자살한 반(班) 친구의 장례식장에 가겠다는 딸과 엄마의 대화였다. 엄마는 지금 가면 피해자 어른들이 힘들 수 있고, 너희를 보면 죽은 친구가 더 생각날 거라면서 '마음은 알겠지만 나중에'라는 말을 반복한다. 아이를 피해자 부모의 원망과 세상의 오해로부터 보호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되묻는다. "나중에… 언제요? 엄마, 시간이 없어요."얼마 전, 시인 오은을 방송에서 만났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의 부음을 뒤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