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만 보면 전모(89) 할머니는 멀쩡했다. 한강이 보이는 고급 아파트에 살았고, 당장 쓸 돈이 없는 것 같지도 않았다. 치매 때문에 때로 흐릿하긴 했지만 입성도 깔끔하고 혼자 힘으로 정기적으로 복지관에도 나왔다. 4년 전 복지관 사회복지사가 담당 노인들을 가가호호 방문하던 차에 할머니 집 벨을 눌렀다가 충격을 받았다. 냉장고에 썩은 과일과 유통기한 지난 인스턴트식품이 꽉 차 있었다. "할머니가 내온 복숭아에서 악취가 났어요. 함께 가져온 주스 병을 보니 유통기한이 4년 지나 있었고요. 부엌엔 설거지 안 한 그릇이 쌓여 있고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