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연극이 대중의 오락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16세기 후반, 흥행의 보증수표는 '복수극'이었다. 공연도 환한 대낮에 이루어졌고, 무대 장치도 엉성했고, 관객 수준도 높지 못했던 때, 관객의 공감과 몰입을 가장 쉽게 유도할 수 있는 소재가 '복수'였기 때문이리라. 사실 복수극의 족보(族譜)는 고대 희랍과 인도의 서사시로 거슬러 올라가고, 한국의 '막장드라마'에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인류사에서 씨족사회나 부족사회가 범죄를 예방하거나 처벌할 역량이 없었던 단계에서는 혈족의 살상(殺傷)에 대한 복수가 의무였다. 그러나 복수는 과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