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에 남아있는 내 친구들은 이제 거의 없다. 죄다 꺼진 불이다. 거참, 그 탁월했던 친구들이 한순간에 멍청해진다. '명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내들의 상호작용은 명함을 내놓는 것부터 시작된다. 명함을 주고받기 전, 두 사람의 표정은 별 차이 없다. 그러나 주고받은 다음에는 두 사람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낮은 사람'이 반드시 웃는다. 희한하다. 명함이 있어야 한국식 상호작용의 원칙이 비로소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내놓을 명함이 없으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수시로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 있는 전제들을 성찰하며 상대화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