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墨香)을 맡으면 왠지 기분이 좋고 호흡이 아랫배로 깊게 내려가는 걸 느낀다. 먹물이 배어 있는 유가의 고택을 방문할 때도 그렇다. 편액이나 사랑채 벽에 걸려 있는 문구 내용들도 유심히 살펴본다. 그 내용들을 보게 되면 집주인의 취향이나 삶에 대한 문제의식을 짐작할 수 있다.안동 시내에 가끔 방문하는 치암고택(恥巖古宅)이 있다. 이 집 대청마루 벽에 칠언문구가 하나 쓰여 있다. '入朝當戒喜事(입조당계희사) 持心貴在不欺(지심귀재불기)'라는 글귀였다. 집주인에게 이 문구의 유래를 물으니 퇴계 선생이 젊은 율곡에게 당부한 내용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