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771년 6월 2일, 양력 7월 13일 여름 아침이었다. 태양 볕 아래 경희궁 중간문인 건명문 앞에는 남정네들이 우글거렸다. 사내들은 모조리 발가벗고 두 손을 뒤로 묶인 채 나란히 엎드려 있었다. 아침부터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거의 죽게 된 자들이 100명 가까이 되었다. 자빠져 있는 사내들은 '책쾌(冊儈)'와 '상역(象譯)'이다. 책쾌는 서적 외판 상인이고 상역은 통역관이다. 건명문 앞에는 조선 21대 임금 영조가 앉아 있었다. 영조는 정복 차림인 익선관을 쓰고 곤룡포를 입고 있었다. 닷새 전 영조는 책쾌 다섯을 귀양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