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시인 노태맹의 '유리에 가면'이란 작품이 있다.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대 유리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지.' 아니, 유리에 갇혀 있다니. '먼지처럼 가볍게 만나/ 부서지는 햇살처럼 살자던 그대의 소식 다시 오지 않고/ 유리에 가면 그대 만날 수 있을까.' 시에서 유리는 중의적, 상징적이다. 유리(羑里)는 3000여 년 전 중국 은나라의 폭군 주왕이 문왕을 유폐시킨 곳이다. 우리 눈에 유리(琉璃)는 투명하기만 한데, 시인의 눈에는 유리가 유배지였다. 유리는 투명하고, 그래서 오히려 감옥 같은 곳이다.불단에 가려 보이지 않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