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종이 등극하고 5년째인 1654년 조선에 변괴와 재난이 잇따랐다. 하늘에서는 대낮에 금성이 수시로 나타나 태양처럼 빛을 발했다. 영남에는 붉은 비가 내리고 관동에는 붉은 눈이 내렸다. 홍수로 궁궐 안까지 도랑물이 넘쳐 사람이 숱하게 죽었다. 수백 리를 사이에 두고 가뭄과 홍수가 이어졌다. 그해 칠월칠석 날 황해감사 김홍욱이 보낸 재난 대책 보고서가 조정에 도착했다. 받아든 효종이 이리 말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 자를 잡아오라."(1654년 7월 7일 '효종실록') 엿새 뒤 창덕궁 인정문 앞에서 황해감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