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백건우는 시장통 골목 밥집에서 시래깃국과 해초 무침으로 배를 채웠다. 그러곤 시외버스 터미널 옆 마트에 가서 셔츠를 사 입었다. 3만원짜리였다. 65년째 전 세계를 돌며 부지런히 활동한 그이지만 자신에겐 도통 돈을 쓰지 않는다. 한여름마냥 눈부신 빛이 쏟아진 그날도 일흔넷의 정상급 피아니스트는 허름한 구두에 반들반들한 손가방만 들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였다.두 살 연상 아내 윤정희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고 밝힌 지 7개월. 그는 파리에서 머물다 지난달 한국에 들어왔다. 9일 서울에서 독일의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