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복판, 여자들이 제대로 된 신발도 없이 양동이만 하나씩 든 채 무참한 삶의 전선(戰線)으로 걸어간다. 그들과 교차하며 피란지 부산의 누추한 배경 속에서 민소매 셔츠 차림의 젊은 여인이 정면으로 걸어온다. 사진가 임응식(1912~2001)이 1951년 촬영한 사진 '판잣집 거리'가 주는 충격은 이 여인이 웃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널빤지로 얼기설기 가설한 임시방편의 절망은 그 해사한 미소로 인해 생활로 승화된다.흑백의 전후(戰後) 표정을 증빙하는 사진전이 잇따르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드러내는 당대의 적나라한 얼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