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보〉(150~169)=바둑은 다른 어떤 승부 종목보다도 심리적 변수가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다. 단둘이 마주 앉아 길게는 몇 시간을 일체의 액션 없이 오직 두뇌로만 겨루는 특성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처럼 때로 고함을 치거나 야유를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들끓는 내면의 감정을 혼자 다스리다 냉정함을 잃고 악수, 완착이 터져 나오는 건 인지상정인지 모른다.하변에서 치명적 실착을 범한 강동윤이 150으로 손을 돌린다. 적의 자체 팻감이 많아진 상황에서 당장 패를 계속해 모양을 결정지어 버리는 것은 하책이다. 이 미묘한 승부 호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