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미, “집에 가면 전소미 언니 만났다고 해”
놀이터에서 촬영한 댄스 챌린지 영상을 봤어요. 놀고 있는 동네 아이들에게 “언니 아이돌인 거 아냐”고 물어보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아이들이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궁금했어요.
팬들이 놀이터에서 댄스 챌린지를 찍어달라고 하셔서 이왕이면 눈 올 때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눈 소식이 들리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춤을 추니까 다들 흥미롭게 쳐다봤어요. 조금 무안한 마음에 그런 식으로 말을 걸었어요. 잘 모르겠는지 소심하게 “본 적 있다”고 하더라고요. 춤을 더 보여주니까 그제야 아는 거 같다고 했어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집에 가면 전소미 언니 만났다고 해”라고 말했어요.
아이들 부모님이 영상에 댓글을 달았는데, 거기에 답글도 달았더군요.
내 한마디가 그분들에게 특별한 기억이 된다면 그거야말로 제가 너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전소미의 노래를 들으면, 허스키하면서도 드라이한 목소리가 계속 맴돌아요. 재능도 물론 있겠지만, 보컬적인 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목소리를 잘 쓰는 법을 알게 됐어요. 팀으로 활동하다가 솔로를 하면서, 2분 30초에서 3분 동안 한 가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이 질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연구했어요. 한 곡을 A 파트, B 파트, 후렴구로 나눠서 각기 다른 목소리로 부르는 연습도 해봤어요. 그 과정에서 드라이한 목소리를 발견하게 되었고요.
무대나 뮤직비디오를 보면 ‘전소미는 자기 걸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뮤즈나 아이콘, 따라가고 싶은 선배가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 되게 어려워요.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많지만 따라 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거든요. 얘기가 ‘딥’해지는데, 케이트 모스가 ‘눈을 반쯤 뜨면 사진이 잘 찍힐 거야’ 생각하고 포즈를 취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각자 있는 그대로 사는 거고, 아이콘이 된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저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항상 밝아 보여요. 돌아봤을 때 힘들었던 순간도 당연히 있었겠죠?
그럼요. 101명이 겨루는 오디션을 거쳐 아이오아이로 활동했고 1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후 3년의 공백기가 찾아왔어요. 5~6년 몸담았던 회사를 나오면서 갑자기 솔로 아티스트가 됐죠. 이런 경험이 제 나이에 담기엔 너무 컸어요.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말이죠.
자존감도 낮아지고, 저를 ‘퀘스천’ 하는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도 잘 버텨낸 것 같아요. 마음을 다잡은 게 세 번째 솔로 활동곡 ‘DUMB DUMB’을 준비할 때였던 것 같습니다. 카톡도 없애고, 2년 동안 독기를 품고 살았어요. 극한의 변화를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요. 힘이 되어주는 회사 분들과 음악만 하면서, 그때 처음으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어요.
작사·작곡·안무·스타일링·네일 아트까지, 많은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어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나요?
당연히 그렇죠. 제가 관여하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여러 사람이 한 팀으로 일하지만 무대에 올라가는 건 결국 저예요.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관객은 무대 위의 저를 보고 판단하죠. 그러니 내가 보여주는 것에 대해 저는 누구보다 깊은 충성심과 이해심을 갖고 있어야 해요. 그렇게 학습이 된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요. “소미의 색깔이 보인다”는 댓글을 보면 아직 낯설어요. 여전히 잘 모르겠거든요. 내 색깔이 뭔지. 저에겐 안 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면 다행이에요. 지금 하는 대로 계속하면 되나 봐요.
소미 씨 인스타그램에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달리듯, 어느새 선망받는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자신처럼 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제 인스타그램에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분명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너무 잘 살아갈 것 같아요. 누구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큰 열정이고 용기인데 거기에 더해서 자기 삶에 대해 표현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요.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뭐가 되고 싶은지 확실히 아는 사람인 거잖아요. 그 마음을 격려하고 싶어요.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