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메~.' 염소가 쉴 새 없이 울어대는 한적한 시골에서 사춘기 소년이 말했다. "요즘 비가 안 오는 게 인생 최대 고민이유." 소년 농부 한태웅(16)군은 "두 달 전 심은 들깨가 전부 타 죽었슈"라며 울상을 지었다. "물도 못 퍼다주는 비탈밭이라 엊그제 갈아엎고 모두 다시 심었지 뭐예유. 올해 밭농사 포기할까도 했는디, 농사꾼이 어떻게 땅을 놀리겄슈."태웅군은 어엿한 8년 차 농부다. 할아버지를 돕던 꼬마가 모내기서부터 수확까지 어느새 혼자 척척 한다. 구수한 충청도 말씨로 느릿느릿 말하며 소처럼 바지런히 모종을 심고, 구슬땀 ...